<슬픈 열대>에서 <귀공자>로
최근 개봉한 <귀공자>는 <마녀> 시리즈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작품입니다.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신세계>는 박훈정 감독이 한국 느와르물의 전문가임을 알린 작품입니다. 그는 <부당거래><악마를 보았다> 등의 시나리오에도 참여하여 타고난 시나리오 작가임도 증명했습니다. 이 영화는 <마녀>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관객들은 매우 흥미진진하게 볼 작품입니다. 그만큼 스타일이나 이야기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제작비가 약 100억으로, 원래 제목은 <귀공자>가 이나였다고 합니다. 초기 가제는 <슬픈 열대>였는데 <더 차일드>로 변경했다가 결국 <귀공자>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극중 김선호가 맡은 인물의 이름이 귀공자이니, 제목에서부터 영화에서 차지하는 그의 비중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김선호가 맡은 배역은 선한 인물들이였는데 이 영화에서는 4차원 킬러 캐릭터입니다.
이 영화는 친절한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 중반까지도 마르코가 왜 이사람 저사람에게 쫓겨야 하는지 이유를 알려주지 앟습니다.<마녀>도 비슷하게 전개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후반부 수술실 장면은 <마녀> 시리즈의 후반부 미친 듯한 액션씬들이 생각나게 합니다. 보면서도 그렇고 보고 나서도 "미쳤다." 라고 느끼게 하는 그런 액션 스타일입니다.
영화가 흥행한다면 귀공자의 캐릭터 때문에 <마녀> 처럼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예상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듯 합니다. 그만큼 김선호의 캐릭터 해석이나 타고난 외모가 영화 속 인물에 그대로 녹아들어 귀공자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고아라 김강우 김선호 그리고 박훈정 감독
필리핀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마르코 역은 강태주가 연기했습니다. 그는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뜻하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되고 그를 김선호가 연기한 수트 입은 의문의 남자와 윤주(고아라)가 쫓습니다. 여기에 그룹 총수의 아들 한이사(김강우)는 마르코를 한국에 데려와 아버지에게 심장을 이식해 유산 상속을 하려 합니다. 한국인 재벌 아버지가 자신의 수명 연장을 위해 코피노 아들의 심장을 노린다는 설정은 충격적입니다.
박훈정 감독의 영화는 장르적 특성이 분명하고 스타일이 독창적입니다. 그의 영화는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고 액션도 매우 강렬하기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일 수 밖에 없습니다. 킬러들끼리 상대를 비하하고 깔보는 대사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마녀> 시리즈에서도 많이 본 장면들입니다. 능력치가 떨어지는 인물일 수록 안하무인이 심한데 결국 진짜 고수한테 속절 없이 당하곤 합니다. 태국, 전남 곡성과 제주도를 배경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아름다운 배경과 잔인한 액션이 대조를 이루며 박훈정 감독의 화려한 그림이 그려집니다.
감독은 차별 받는 이들이 무시하는 이들에게 한방 먹이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박훈정 감독은 김선호에게 1971년의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에 등장하는 알렉스를 참고하라고 주문했다고 하는데 그 결과, 귀공자는 히어로 영화의 초능력을 가진 빌런들처럼 엄청난 능력을 가졌으나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유머를 구사하며 극 전체를 흔들곤 합니다.
코피노 문제
한국 남성과 필피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뜻하는 코피노들은 한국으로 돌아온 남성들이 관계를 단절하여 편모 가정에서 성장합니다.대부분의 코피노는 극심한 가난과 사회적 냉대 속에 자라고 있어 필리핀의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한국 남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코피노로 추정되는 인구는 8만명에 달하며 어려운 환경 때문에 각종 범죄에 연루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강태주가 연기한 마르코도 비루한 생활을 이어가다가 아버지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소식에 의심 없이 한국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이 영화는 감독의 의도대로 코피노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며 이를 역이용하여 부조리한 사회에 한방 날리는 시원함을 선사합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시사회에서는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스토리도 흥미롭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는 평이었는데, 개봉일에 공개된 전문가들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몹시 어수선했다거나 유혈이 낭자한 난장판 같았다는 평들도 있었습니다.그러나 <마녀> 시리즈도 초반에는 성적이 좋지 않다가 점점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좀더 지켜볼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봉 후 12일이 지난 7월 3일 현재 관람객 평점은 8.04, 누적 관객수는 57만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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